어제 오후부터 강아지 한 마리가 먹지도 않고 비실비실 대더니,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못 먹고 비칠비칠 잘 걷지도
못한다. 아침미사 끝나자마자, 강아지 치료에 돌입했다. 왕년에 다 죽어가던 강아지 살렸던 경험으로, 우선 잘못
먹어서 병이 난 것으로 간주하고 사람 먹는 배탈약 한 알을 멕였다. 그리고 나서 꿀물을 주사기로 강제로 또 멕였다
잠시 경과를 살펴보기로 하고, 방에서 잠시 잠깐 눈을 붙혔는데 벌써 오후 4시다. 강아지가 걱정되서 내려가 보니,
아까보다는 훨 나아 보인다. 점심겸 저녁을 먹고, 지난번에 찍었던 일몰 사진을 오늘은 좀 더 확실하게 찍고
싶어서 카메라 달랑들고 장화리 쪽으로 룰루랄라 달려갔다. 대충 자리를 잡았는데 해가 예상보다 너무 높아보인다.
시계를 보니 에레기 너무 빨리왔다.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. 후포항선착장으로 되돌아가서 사진 몇 장 찍고
장화리 쪽으로 이동하던중 선수선착장 노을이 예뻐보여서 도중하차했다. 마침 한 젊은 가족이 놀러 왔길래,
은근슬쩍 모델로 쓰기로 했다. 이 분들은(애들은 빼고) 내가 사진 잘 찍는 고수인 줄로 안다. ㅋㅋㅋ
그래서, 이메일로 사진 보내주기로 했다. 엄청 좋아한다. 그래서 한마디 덧 붙였다. 사진이 예쁘게 나올꺼라고.^ ^
사실은 나와 봐야 아는 건데--- , 해가 결국에는 구름에가려 사라져 버렸다. 결정적인 순간은 놓쳤지만 전에 찍은
일몰사진 보다는 오늘 찍은 사진이 느낌이 좋다. 서둘러 집에 와서는 젤 먼저 강아지를 보러갔다. 날 보더니
개구녕으로 비집고 나와서는 반갑다고 정신없이 꼬리를 흔들어댄다. 참말로 신기하고 기분 좋은 날이다.